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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스물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유난히 애어른 같은 이유엔 그것도 한몫하는 걸까. 고개를 내젓는데 어느새 낮은 상에 다 끓인 라면을 담아 왔다. 근데...
“이거 볶음 라면이냐?“
라면에 물 어디 갔냐.
N. 얘기하는 동안 물이 좀 많이 사라졌다. 괜찮지 뭐. 라면을 만들어서 가져왔다. 볶음라면은 아닌데...
"물 있잖아요. 볶음라면이라니 너무하네."
M. 젓가락으로 휘저어보지만... 그래. 있긴 있네. 짜장 라면만큼. 슬쩍 한 입 먹어보자 짠맛부터 혀끝에 닿았다.
“넌 이게 맛있냐...?“
N. 오만상을 찌푸리는 그를 보고 심각해졌다. 그만큼 맛없나? 조심스레 한 가닥 먹어보니 짠맛이 강하게 났다. 이번 건 망했네.
"...오늘은 망한 거예요..."
M. 실패한 제 라면에 미련을 못 버리고 뒤적이는 뉴트에게서 젓가락을 빼앗아 들고는 새로 끓여다 바쳤다. 내가 드디어 이놈 밥까지 해 먹이는구나... 작은 그릇에 덜어주자 미심쩍은 눈이 흘낏 내게 닿았다.
“뭐. 왜. 뭐. 독 안 탔어.“
N. 집에 손님도 와서 직접 만들어본 라면이 망해서 속상했다. 결국 한 가닥 먹고 버리는 요리라니... 우울해 하는 동안 민호가 라면을 끓여왔다. 뭐 이상한 거 넣은 건 아닐까 의심하다 라면을 먹었다. 맛있다!
"아저씨 라면 맛있다! "
M. 제법 그럴싸하게 젓가락질을 놀리며 오물오물 맛있게도 먹으니 별것도 아닌데 뿌듯함이 차올랐다. 나는 먹을 생각도 않고 젓가락을 내려둔 채 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요리도 잘하는데 시집올래?“
N. 직접 끓인 라면은 오랜만이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 동안 손이 머리 위에 닿고 쓰다듬었다. 어린애가 된 기분?
"나는 장가가죠.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그거 구분은 해요. 그리고 난 형이랑 결혼할 생각 없는데?"
M. 장가나 시집이나. 모로 가도 결혼만 하면 되는 거지, 뭘 따지고 그래.
“난 너랑 결혼할 생각 있는데.“
N. 가끔 이런 이야기가 반복된다. 장난도 적당히 쳐야지. 뭐했다고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건지.
"아 장난치지 말아요. 무슨 결혼이야."
M. 투덜거리는 뺨을 손바닥으로 슥 쓸자 또 한번 도끼눈을 뜨며 흘겨본다. 이크. 진짜 성질 내겠네.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문득 생각 난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맞아. 나 출장 가.“
N. 라면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민호가 출장을 간다고 얘기했다. 출장?
"언제 가는데요?"
M. 젓가락을 꼭 쥐고 빤히 바라보는 그 얼굴을 피하지는 않았다. 언제 가냐면...
“내일.“
사실 나도 방금 생각났어.
N. 내일? 내일인데 지금 얘기를 한다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어이없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봤다.
"내일인데 지금 얘기해요...?"
M. 황당함이 서린 얼굴에 괜히 머쓱해져 뒷목을 문지르며 시선을 피했다. 지금 말 할 수밖에.
“나도 지금 생각났는걸.“
변명이랍시고 내밀어 진 말에 묘하게 힘이 빠져 보이는 어깨가 유난히 눈에 걸렸다.
N. "그런 건 미리 알려줘야... 어디로 가는데요?"
미리 알려줘야지. 또 혼자인데. 혼자서 뭐 하고 놀지 고민에 빠진다.
M. “지구 반대편.“
대답을 툭 꺼내놓고 그제야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입에 넣는데 어째 맞은편이 심히 조용했다.
N. 지구 반대편...? 네? 내가 헛소리를 들은 걸까. 당황함에 온몸이 굳었다. 멀리 가면 한참 후에 오겠지. 아쉬웠다. 좋은 인연이 사라지는 기분이어서.
"그렇게나 멀리 가요?"
M. 대리 나부랭이가 가라면 가야지. 한숨어린 대답을 하는데 어째 영 우물쭈물 거리는 기운이 평소답지 않아 슬쩍 농담을 던졌다.
“왜. 형 보고 싶을것 같고 그래?“
N. 민호의 질문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정이 들었으니까.
"좀 보고 싶을 거 같아요."
M. 조금이라니. 형은 너 두고 출장 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한데-. 라고는 하지만 그래. 네가 조금이라도 날 보고 싶어하는 게 어디냐. 싶기도 했다.
"형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N. "울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울기보단 아쉬운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들고 무덤덤하게 다시 라면을 먹었다.
EP.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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