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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아, 미치겠네. 하필이면 재활용 쓰레기를 내어놓는 날에 늦잠을 잤다. 회사 지각이 뻔한 시점에 어젯밤 미리 정리해 둔 쓰레기 상자를 허겁지겁 들고 내려가자 막 닫히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문이 보여 다급히 목소리를 내었다.

 

"잠시만요. 저기요!"

 

닫히는 문 사이로 겨우 구둣발을 끼워 넣자 열리는 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한 달간 마주친 적 없던 그 옆집 양키놈이었다.

 

 

N.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산책하러 나가고 싶었다. 흥얼거리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구둣발이 불쑥 들어왔다. 옆집 아저씨네... 문이 다시 열려 아저씨는 들어왔다. 나는 쓰레기 상자를 든 그와 거리를 두고 문 닫힘 버튼을 눌렀다.

 

 

M. 어색해서 숨이 막힌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는 느리고, 품에 안은 상자 속에는 맥주캔, 인스턴트 음식 포장 박스, 소주병, 담배갑 따위만 한 가득하였다. 힐끗, 박스로 와 닿는 그의 눈길이 곱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어색한 목소리를 꺼냈다.

 

"...Hello?"

 

 

N. 어색한 기류가 흐르다 못해 넘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나는 그저 층이 내려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정적을 깬 hello라는 단어. 익숙한 첫인사에 익숙한 한국어를 뱉어냈다.

 

"...안녕하세요."

 

 

M. 안녕하ㅅ... 황당할 만큼 유창한 발음에 절로 고개가 돌아가는데 때마침 땡, 소리를 내며 열린 엘리베이터 사이로 그 애가 유유히 걸어나갔다. 그리고 철로 만든 네모박스에 남은 나는 그저 입만 쩍 벌렸다.

 

"아니, 뭐 저런 게 다 있어?"

 

 

N. 땡 소리와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으로 나갔다. 아마 놀라는 표정일 거다. 안 봐도 뻔한 반응을 생각하며 귀에 이어폰을 끼워 넣었다.

E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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